정부 R&D 과제 선정의 보이지 않는 승부처

평가위원의 마음을 사로잡는 특허 전략

정부지원 R&D 과제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술 그 자체의 우수성과 산업적 활용 가능성이다. 하지만 해당 기술을 보호하고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강력한 지식재산권의 확보 가능성 또한 중요한 평가 요소 중 하나이다.

다수의 정부지원 R&D 과제의 선정평가 및 단계평가에 참여한 경험에 따르면, 많은 과제가 특허 전략 측면에서 단순히 출원 건수나 해외 특허 확보 여부 등 정량적인 정보만을 제시하거나, 기술 내용을 요약하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경우에는 해당 과제가 특허 측면에서 왜 우수한지를 평가위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어렵다.

물론, 특허의 가치를 평가하고 전달하는 일은 본질적으로 쉽지 않다. 그러나 평가위원에게 어떤 점을 어필해야 할지를 명확히 인식한다면, 그 해답은 의외로 분명해질 수 있다. 정부가 기대하는 특허는 경쟁국의 시장 진입을 차단하거나 기술이전 등을 통해 수익 창출이 가능한, 이른바 ‘원천성이 높은 특허’이며, 산업적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설계된 특허 포트폴리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평가위원에게 심리적으로 ‘만점 이상’의 긍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을까?

핵심은 특허 전략에 ‘스토리텔링’을 입히는 것이다. 선정평가위원회는 일반적으로 여러 기술평가위원과 1명의 지식재산 평가위원으로 구성되며, 경우에 따라 지식재산 평가위원이 배정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평가위원들은 각자의 전문 분야는 다르지만, 모든 과제를 평가해야 하므로 각 과제의 세부 기술까지 숙지하기는 어렵다. 이때 잘 구성된 스토리텔링은 평가의 이해도와 설득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

 

1. 스토리텔링의 시작: 전략적 특허 포인트 도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해당 과제의 특성에 따라 시장 니즈, 경쟁우위 요소, 병목 기술 등의 요소를 출발점으로 하여, 어떤 ‘의미 있는’ 특허를 확보할 수 있을지를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것이다. 이 과정은 단순한 기술 분류(대분류-중분류-소분류) 방식보다 훨씬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다. “이 기술이 확보되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2. 세부 기술 특성과 기술 성숙도에 맞춘 전략 설계

선정된 세부 기술이 어떤 수준의 기술 성숙도를 갖고 있는지에 따라, 맞춤형 특허 전략을 전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 연구개발 초기 단계로 성능 향상과 문제 해결이 필요한 경우: RCA(Root Cause Analysis)를 통해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유사한 문제를 다룬 이종 분야로부터 특허의 ‘시드(seed)’를 도출할 수 있다.
  • 요소 기술의 성숙도는 높지만, 해당 분야에는 새롭게 도입되는 경우: 활용도가 높은 기존 특허를 출발점으로 삼고, 해당 분야에 적합하도록 개량 특허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 특허 분쟁이 빈번한 분야의 경우: 개발하고자 하는 기술 요소에 대해 기존 특허를 분석하여 유망한 공백 영역을 찾고, 이를 기반으로 전략을 세울 수 있다.

 

3. 특허 확보의 권리 범위와 시장 효과를 직관적으로 표현

마지막으로, 확보 예정 특허의 권리가 구체적으로 어떤 시장 효과를 낼 수 있는지를 명확하고 생생하게 표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평가위원 전원이 특허 전략의 가치를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주며, 단순한 목표 건수 이상의 임팩트를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 저가격·고성능 구현이 가능한 단결정다결정 혼합 조성의 대부분을 포괄하는 특허권 확보
    → 성능과 경제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제품에 필수적으로 적용되는 기술로,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효과적으로 저지할 수 있음.
  • 유연 디스플레이 기판의 #축 이미지 변형 제어 기술에 대한 권리 선점
    → 경쟁자의 진입 장벽 구축.
  • ##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 불균일 해결 기술에 대한 권리 선점
    → 핵심 소자 기술에서의 경쟁우위 확보.

 

이러한 방식으로 특허 전략에 스토리와 의미를 부여한다면, 평가위원에게 단순한 수치 이상의 강한 인상을 남기며 과제 선정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