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가 바꾸는 미래 3편: 그래핀·CNT, 한계 극복과 시장 확장의 조건

기술적/상업적 한계 및 도전과제

비록 첨단 탄소 소재가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지만, 상용화에는 여러 난관과 한계가 존재합니다. 주요 소재별로 현재 직면한 한계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단일벽 탄소나노튜브(SWCNT)의 한계:

SWCNT는 합성과 활용에 있어 제어의 어려움이 큽니다. 우선 합성 시 튜브의 배치(키랄성)에 따라 금속/반도체 특성이 갈리는데, 현재 기술로는 단일 특성의 SWCNT만을 선택적으로 대량생산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로 인해 전자소자에 쓰려고 해도 금속성/반도체성 튜브가 뒤섞여 소자의 재현성이 낮아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SWCNT는 지름이 매우 가늘다 보니 뭉침(bundle) 현상이 심해 분산이 어렵고, 표면 기능화 과정에서 구조적 결함이 생기기 쉽습니다. 이러한 결함은 SWCNT의 전기열전도 성능을 떨어뜨립니다. 제조 공정 측면에서는 대량합성의 어려움이 있는데, 촉매 CVD로 성장시키더라도 균일하게 수율을 올리기 까다롭고 정제 비용이 높습니다. 이 때문에 SWCNT는 여전히 그램당 수십~수백 달러 수준의 고가 소재로 상용 양산 소재치고는 가격장벽이 높습니다. 요약하면 SWCNT의 생산비용, 품질균일성, 정렬/분산 기술이 주요 상업화 한계로 지적됩니다.

다중벽 탄소나노튜브(MWCNT)의 한계:

MWCNT는 SWCNT에 비해 대량생산이 용이하고 비용이 낮지만, 기술적으로는 응용 성능 한계가 존재합니다. 첫째, MWCNT는 다층 구조로 인해 개별 나노튜브의 특성을 완벽히 활용하기 어렵고 구부림 유연성이 낮아 전자소자용으로는 부적합한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 상대적으로 굵은 지름 때문에 투명도가 낮아 투명전극 등 광전자 응용에는 제약이 있습니다. 또한 생산 공정에서 촉매 입자가 잔류하거나 일부 그래파이트상의 불순물이 섞일 수 있어 순도 관리가 중요합니다 (물론 MWCNT는 SWCNT보다 고순도 생산이 비교적 쉬운 편입니다). 상업적 관점에서 MWCNT는 이미 수 톤급 생산이 이뤄지고 있으나, 품질 표준화신뢰성 검증이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배터리용으로 사용 시 제조사마다 MWCNT 품질이 달라 성능 편차가 있고, 장기간 사용 시의 안정성 데이터도 축적이 더 필요합니다. 환경/건강 측면에서도 MWCNT는 길고 굵은 섬유형 입자로 체내 축적 시 섬유상 물질의 독성(흔히 석면과 비교되는)이 우려되어 작업장 노출 관리, 생체영향 연구 등이 더 요구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규제 측면에서 나노물질 취급 기준 등의 제도 정비도 진행 중입니다.

그래핀의 한계:

그래핀은 소재 자체의 성능은 탁월하지만 크게 두 가지 기술적 한계가 자주 언급됩니다. 하나는 밴드갭 부재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대면적 제조와 집적공정의 어려움입니다. 그래핀은 전자가 자유롭게 움직이는 반금속이어서 **스위칭 소자(트랜지스터)**에 그대로 쓰기 어렵습니다. 밴드갭을 형성하려고 화학적 도핑이나 나노리본 절단 등을 시도하지만, 이는 그래핀의 전자이동도의 큰 저하를 수반해 본래의 장점을 일부 상실하게 됩니다. 둘째로, 고품질의 대면적 그래핀 합성과 이를 기존 산업 공정에 통합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화학기상증착(CVD)법으로 웨이퍼 크기의 그래핀을 성장시킬 수 있지만, 이를 기판에 **전사(transfer)**하는 과정에서 결함이나 잔류물이 생겨 품질 저하가 흔합니다. 또 한 장의 그래핀으로 제품을 만들기엔 취급이 어려워 분말 형태의 그래핀 플레이트릿을 쓰면, 이는 본래의 단일층 그래핀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고 두께가 5~10층 이상인 경우도 많아 기대 성능이 안 나올 수 있습니다. 비용 측면에서도, 그래핀은 흑연 박리를 통해 톤 단위로 생산되는 저가형부터, SiC 기판에서 에피택셜로 자라는 고가형까지 품질 편차가 큽니다. 대량으로 많이 쓰이는 그래핀은 사실상 수 레이어의 *그래핀 나노플레이트릿(GNP)*인데, 이 경우 엄밀한 의미의 단원자층 그래핀과 구분해야 하는데 시장에서 혼용되어 용어 및 표준화 이슈도 있습니다. 이렇듯 생산된 그래핀의 품질 균질성, 공정 호환성, 가격경쟁력이 상업화의 걸림돌이며, 전자소자용 그래핀은 5~10년 이상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한편 그래핀의 환경/건강 영향에 대해서도 연구가 진행 중인데, 그래핀 산화물 등 일부 형태는 수질 정화에 쓰였을 때 주변 생물에 영향이 보고되기도 하여 안전성 데이터를 축적해야 합니다.

기타 소재 한계:

탄소섬유의 경우 고비용 공정(예: PAN 전구체의 열처리)으로 인해 원가가 높고, 재활용이 어려워 폐기 시 탄소발자국이 크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풀러렌은 합성이 비교적 비싸고 대량 수요가 적어 시장이 제한적입니다. 전반적으로 첨단 탄소 소재들은 기존 대량소재 대비 높은 단가대량 생산의 공정 난이도, 그리고 기존 시스템에 통합하기 위한 기술 부족 등의 상업화 장벽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제조기술 혁신응용기술 최적화, 표준 제정코스트 다운 노력이 업계와 학계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향후 전망 및 발전 방향

첨단 탄소 소재 분야는 향후 기술적 개선시장 성숙을 통해 폭넓은 상용화를 이룰 것으로 기대됩니다. 몇 가지 주요 전망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제조 기술의 혁신:

대량생산 공정의 지속적인 개선으로 그래핀과 CNT의 원가가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촉매를 이용한 부유식 화학기상증착(FBCVD) 등으로 CNT를 톤 단위로 생산하는 기술이 성숙하고 있고, 그래핀도 roll-to-roll CVD, 액상박리 공정 최적화 등을 통해 생산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또한 SWCNT의 경우 키랄 선택적 합성이 큰 화두인데, 촉매 입자의 정밀 제어나 DNA 보조 분리기술 등으로 단일 전기적 특성의 SWCNT 생산 가능성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이런 기술들이 성공하면 CNT 기반 나노전자소자 개발이 가속화될 것입니다. 그래핀은 밴드갭 엔지니어링 측면에서 질소 도핑, 2D 반도체와 적층한 이종접합 소자 등이 연구되어 전자소자 적용의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면적 그래핀 제조에서는 구리 호일 상의 CVD 그래핀을 바로 회로에 사용하는 직접 패터닝 기술, 그래핀 잉크를 이용한 인쇄전자 기술 등이 발전하여 *”fab 내 그래핀 공정”*이 구현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한마디로, 향후 5~10년간 품질 향상된 대량 생산특성 제어 기술이 이 분야의 핵심 개선 방향입니다.


응용의 확산:

현재는 배터리 도전재, 일부 정전기방지 부품 등 국지적 용도에 머무르지만, 향후에는 주류 산업으로의 채택이 늘어날 전망입니다. 예를 들어, 차세대 반도체에서 그래핀과 CNT가 실리콘 보조재로 활용되는 증강재(Enhancer)” 단계가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있습니다. 실제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그래핀은 처음에는 기존 소자의 성능을 높이는 재료로 쓰이다가, 2030년대 이후로는 실리콘을 부분 대체하는 단계, 나아가 그 이후에는 그래핀 기반 혁신 소자가 등장하는 3단계 발전을 거칠 것으로 예측됩니다. 그 외에도 수소연료전지의 전극 촉매 담체, 차세대 컴포지트(예: 도시건축용 초고강도 경량재), 웨어러블 전자(유연 전극, 전도성 섬유) 등에서 첨단 탄소소재의 활용도가 높아질 것입니다. 특히 전기자동차, 재생에너지 등 탄소중립 기술에서는 경량화와 고효율 소재가 중요하여, CNT/그래핀의 친환경 기술 기여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또한 바이오 분야에서도 현재는 제한적이지만, 나노의약 및 바이오센서 발전과 함께 독성 문제만 해결된다면 상용 의료기기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시장 및 산업 측면:

초기 그래핀 붐 이후 옥석가리기가 진행되어, 기술력 있는 기업들이 살아남고 투자가 재조정되는 추세입니다. 앞으로 5년간 몇몇 앵커 기업(예: 대량 생산력을 갖춘 OCSiAl, 탄소섬유 강자 도레이 등이 될 가능성)이 시장을 선도하고, 관련 밸류체인이 구축될 전망입니다. 소재 표준화와 인증 체계도 정비되어, 그래핀의 등급 분류, CNT의 안전 기준 등이 확립되면 구매자 신뢰가 높아져 수요가 확대될 것입니다. 또한 정부 정책 역할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유럽연합은 그래핀 플래그십에 이은 후속 프로젝트로 2D 소재 응용 촉진을 지원하고 있고, 중국은 5개년 계획을 통해 신소재 자급률 제고를 추진 중입니다. 한국 역시 탄소소재를 국가 전략으로 삼아 연구개발 및 탄소산업진흥원 등을 통해 기업 지원을 늘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적 지원과 민간 투자가 맞물려 연구개발 투자 규모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실제로 전세계적으로 그래핀 R&D에 대한 투자와 특허출원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곧 상용 제품의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환경 및 지속가능성:

미래 전망에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환경 친화적 접근입니다. 첨단 탄소 소재의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환경부하를 줄이고, 사용 후 재활용 또는 안전 폐기가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 개발이 병행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생분해성 폴리머와 CNT/그래핀을 복합하여 사용 후 분해가 촉진되도록 하거나, 폐복합재로부터 탄소나노소재를 회수하는 재활용 기술 등이 연구될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이 이루어져야 첨단 탄소 소재가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미래소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종합하면, 첨단 탄소 소재 산업은 “고성능 소재”로서의 입지를 이미 확보하였고, 이제는 “대량 생산과 대규모 응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단계입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전기전자 분야에서 상용화 성과가 가시화되고, 장기적으로는 반도체 등까지 포괄하는 거대한 시장(잠재 1900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물론 경쟁 소재(예: 금속 나노소재, 2D 벌크재 등)와의 격차를 벌리고 경제성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지만,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과 탄소나노튜브가 향후 미래 산업의 게임체인저로 부상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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