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기술의 다음 도약은 더 이상 단순한 소재 개선을 넘어, 배터리의 구조적 안정성과 에너지 흐름의 속도를 어떻게 극대화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습니다. 실리콘과 리튬 금속을 통해 음극 성능의 극한을 탐색한 이후, 업계는 이제 “전고체 배터리(Solid-State Battery)”와 “극한급속충전(Extreme-Fast-Charging, XFC)”이라는 두 가지 기술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의 액체 전해질을 완전히 대체함으로써 안전성과 에너지 밀도를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는 구조적 전환점이며, XFC는 충전 시간의 혁신을 통해 내연기관차 수준의 사용 편의성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입니다.
이 글에서는 전고체와 XFC 기술이 배터리 산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그리고 이를 실제로 구현하고자 하는 글로벌 기술 주체들의 시도를 중심으로 살펴봅니다. 결국 이 두 기술은 단순한 성능 향상을 넘어, 전기차 시대의 일상화를 가능케 할 실질적 해결책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습니다.
3차 도약: 고체 전해질과 전고체전지
세부 계열 | 특징 | 스타트업·진척 단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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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화물계 | 높은 이온전도도(10⁻² S cm⁻¹)·출력↑, 수분 민감 | Solid Power 20 Ah 셀 330 Wh kg⁻¹, BMW 시험차 주행 |
산화물계 | 화학안정성↑, 계면저항·성형 난이도 | QuantumScape 24‑층 셀 15 분 10→80 %, VW PowerCo 2027 양산 목표 |
고분자/복합계 | 유연·대면적 제작 용이, 상온 전도도 보완 필요 | Factorial 40 Ah 셀 450 Wh kg⁻¹ 목표, 메르세데스 시험차 탑재 예정 |
특수 플랫폼 | ETOP·SemiSolid™(24M) 등 공정혁신 → 팩 밀도 +10 ~ 20 % | 24M → Kyocera ESS·FREYR EV 생산 라인 확대 |
차세대 배터리 기술의 궁극적 진화 방향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전고체전지(All-Solid-State Battery, ASSB)’입니다. 이는 액체 전해질을 완전히 고체로 대체함으로써, 안전성과 에너지 밀도를 동시에 극대화하려는 접근입니다.
기존의 액체 전해질은 불연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한계를 지니고 있으며, 충격이나 과충전 등 외부 자극에 의해 쉽게 발화할 수 있는 단점을 안고 있습니다. 반면 고체 전해질은 비휘발성·비가연성이기 때문에 화재 위험이 현격히 줄어들고, 외부 압력이나 열에 의한 내구성도 훨씬 뛰어납니다. 특히 덴드라이트의 성장을 물리적으로 차단할 수 있어, 리튬 금속 음극과의 조합 시 극대화된 안정성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고체 전해질은 그 구성 성분에 따라 황화물계, 산화물계, 고분자계로 나뉘며 각각 장단점이 존재합니다. 황화물계는 높은 이온전도도를 갖는 반면 수분에 민감하고, 산화물계는 화학적 안정성이 뛰어나지만 계면저항이 높고 가공성이 떨어집니다. 고분자계는 제조 용이성과 유연성은 뛰어나지만 상온에서의 이온전도도가 낮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현재는 이들 중 황화물계와 산화물계가 전고체전지의 주된 재료로 연구되고 있으며, 상용화 가능성도 이 두 계열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성능 면에서 전고체전지는 셀 단위로 500Wh/kg 이상, 부피 에너지 기준 800Wh/L 이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 리튬이온전지를 크게 앞지릅니다. 무엇보다 충돌, 못 찌르기, 단락 상황에서도 발화 없이 80℃ 이하로 온도를 억제하며 작동할 수 있는 점은 EV와 항공, 군수, ESS 등 고신뢰성 분야에 탁월한 강점이 됩니다.
다만 기술적 과제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다층·대면적 셀 제조의 난이도, 전극-전해질 계면 접착 문제, 낮은 수율, 그리고 높은 제조비용 등이 그것입니다. 이에 따라 현재는 소형 IoT 기기나 웨어러블 기기부터 적용을 시작하고 있으며, 이후 고가 프리미엄 EV 모델이나 항공 분야로의 확장이 예상됩니다.
대표적으로 QuantumScape는 세라믹 고체전해질 기반의 24층 셀을 통해 15분 내 80% 충전과 400회 이상의 사이클 안정성을 입증했으며, Solid Power는 황화물 전해질 기반의 20Ah 셀을 BMW·Ford와 공동 테스트 중입니다. 이들은 2026~2028년경 상용화의 돌파구를 노리고 있습니다. ProLogium, Factorial Energy, Ilika, Ion Storage Systems 등도 각자의 방식으로 고체 전해질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글로벌 OEM들과 협력하여 조기 상용화를 추진 중입니다.
전고체전지는 단순한 기술 진보가 아닌 배터리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안전성과 성능, 수명을 모두 아우르는 ‘게임 체인저’로서, 전기차를 넘어 항공, 방산, 우주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장기적으로 핵심 기술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4차 도약: Extreme-Fast-Charging(XFC) 솔루션
기업 | 충전 시간 | 사이클 수명(80 % 용량) | 특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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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vate | 5 분 75 % (Gen4), 15 분 완충(Gen5) | 2000 회 | 실리콘‑지배형 음극 + 프리‑리쎄이션(1) |
Ionblox | 10 분 80 % (32 Ah) | 1000 회(5 분 충전 반복) | 50 % Si 음극·고출력 |
StoreDot | 5 분 50 % (100 mile) | 1000 회 | 100in5 → 100in3 로드맵(2) |
Nyobolt | 4 분 37 초 80 % (35 kWh 팩) | 4000 회 (완충 5 분) | Nb‑음극, 에너지밀도 150 Wh kg⁻¹ |
- (1) 프리-리쎄이션 (Pre-Lithiation)은 배터리 초기 충방전 주기에서 발생하는 *양극성 리튬 손실(Loss of Lithium Inventory, LLI)*을 미리 보완하기 위한 기술입니다. 10–30% 리튬 도입하여 음극이 속히 Expanded 상태인 LixSi (0 < x ≤ 0.9)로 프리-리쎄이션돼 첫사이클에서의 효율을 높이며 음극이 팽창된 상태에서 SEI층이 형성되기 때문에, 주기 사이클 중 SEI의 반복 붕괴와 재형성을 억제해 수명과 효율을 향상시킵니다 .
- (2) The phrase “100in5 → 100in3 roadmap” describes StoreDot’s planned shift from delivering 100 miles in 5 minutes by 2024 to 100 miles in just 3 minutes by 2028—leveraging their progressing battery chemistry from silicon-dominant to semi-solid-state. It marks a 40% increase in speed during that time frame, demonstrating a bold yet structured vision for next-gen EV charging.
차세대 배터리 기술 전환에서 네 번째 주요 축은 바로 ‘초고속 충전(XFC, Extreme-Fast-Charging)’ 솔루션입니다. 소비자가 전기차를 선택할 때 가장 크게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는 ‘충전 시간’입니다. 충전 속도가 느리면 아무리 긴 주행거리와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갖춘 배터리라도 사용에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는 5~10분 이내에 80% 이상 충전이 가능한 XFC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XFC 기술은 단순히 충전기 성능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습니다. 배터리 자체가 고속 충전을 견딜 수 있도록 내부 구조와 소재, 전극 설계, 전해질 조성까지 모두 최적화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리튬이 급속히 음극 표면에 침착되는 상황에서는 덴드라이트 형성이 더욱 심화될 수 있어,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정교한 기술이 요구됩니다.
이 분야에서는 미국의 StoreDot이 대표적인 선도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StoreDot은 나노기반의 인공 유기화합물과 메탈 산화물 복합체를 조합해, 5분 내 EV 배터리의 80% 충전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StoreDot은 1,000회 이상의 고속 충·방전 테스트를 통해 안정성과 반복 가능성을 입증했으며, 주요 OEM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시제품 공급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Enevate는 실리콘 음극과 XFC 기술을 결합한 접근 방식으로, 10분 내 75% 충전이 가능한 셀을 개발해 빠른 양산화를 추진 중입니다. 이외에도 Nyobolt, GBatteries 등은 전극 재료 및 알고리즘 기반 충전 제어 기술을 통해 배터리 수명 저하 없이 초고속 충전을 구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XFC는 단지 충전 시간을 줄이는 기술을 넘어, 전기차 사용 경험을 내연기관 차량과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핵심 전환 포인트로 간주됩니다. 특히, 충전 인프라 확장과 병행해 이 기술이 적용되면, 소비자의 심리적 진입 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전기차의 대중화를 앞당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